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은 4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에서 "대통령으로부터 누군가를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 없다"고 밝혔다.

또 "국회에 군대를 보냈을 때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나 윤 대통령으로부터 국회의원을 막고 계엄 해제 의결을 못하게 하라고 지시 받은 적도 없다"고 했다.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이 전 사령관은 국회 측 질의에는 대부분 답을 거부했고, 윤 대통령 측 질문에는 대답했다.

그는 "비상 계엄을 방송으로 봤다, 이걸로 위법 여부 판단을 하기는 어렵다"며 "비상 계엄 당시 상황을 자세히 기억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어 "제 기억과 제3자 진술 다른 것이 많다"며 “국회 출동 지시는 김 장관으로부터 받았다"고 말했다.

이 전 사령관은 '계엄 사건에 군인이 정치적으로 이용됐다고 생각하느냐'는 국회 측 질문에 "군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었고 제 역할을 통해 다음 세대, 후배 장병들에게 좋은 선례와 모범이 되길 바라는 목표로 살았다"고 답했다.

국회 측이 이 전 사령관에게 "당신은 불행한 군인 같다"고 말하자 "안 불행한 군인은 무엇인가. 위험 상황에 대해 이것저것 법적인 것을 따지는 게 행복한 군인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헌법재판관들 앞에서 질문에 대한 답변을 대부분 못 드렸다.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반성한다. 그러나 (헌재 탄핵 심판이 아닌) 저의 형사 재판에서는 군인답게 담대하게 다 진술할 것"이라고 했다.

이 전 사령관은 "현재 형사 재판을 받고 있어 (검찰) 조서에 대한 동의 여부도 이뤄지지 않았고, 이와 관련해 변호인과 상의도 못했다"며 "엄중하고 중요한 상황인 것을 알지만 말씀드리기 제한되는 것을 양해 바란다"고 말했다.

이 전 사령관은 '대통령으로부터 누군가를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 있느냐'는 윤 대통령 측 대리인의 질문에 "없다. 더 이상 답변드리지 않겠다"고 했다.

또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방송을 보고 계엄 선포 사실을 알게 됐는데, 그것을 위법 또는 위헌이라 생각할 여지가 없었다"며 "행정과 사법 기능이 정상적으로 되지 않을 때 회복하기 위한 것도 계엄령 선포 요건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 전 사령관은 "군인 관점에서 대통령 대국민 담화는 전략 지침"이라며 "김 전 장관이 즉시 국회로 가라고 했고, 이를 '작전 지시'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시 장갑차 안에서 무전기 3개를 들고 지휘해 누가 무엇을 말했는지 모르겠. 기억이 조각난 것처럼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이

전 사령관은 앞서 검찰 조사와 국회 현안질의 등에서 계엄 당일 윤 대통령과 세 차례 통화했으며, 대통령이 ‘국회에 있는 '사람'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날 헌재에서는​ 이에 답하지 않았다.

한편 헌재는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에서 직접 증인에게 질문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다만 신문 절차가 끝난 후 원하면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변론에서는 이 전 수방사령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