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대한발전전략연구원 이사장이 대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에 대해 "선거 전략 자체가 잘못돼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3년 전 대선 때보다 10배 이상 표차로 이재명 후보에게 졌다.
김 이사장은 거대 양당 전국선거 사령탑을 맡아본 경험이 있다.
김 이사장은 지난 4일 KBS라디오 '전격시사'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단절하지 못하고 김 후보 자체도 굉장히 어정쩡한 태도를 취해 단절한다는 확고한 신념이 없었다"며 "국민의힘 선거 전략 자체가 잘못됐기 때문에 참패했다"고 말했다.
김종인 대한발전전략연구원 이사장이 지난 3월17일 국민의힘 친한(친한동훈)계 인사들의 유튜브 채널인 UNDER 73 STUDIO(언더 73)에 출연해 발언을 하고 있다. 유튜브 'UNDER 73 STUDIO' 영상 캡처
국민의힘은 지난 6개월간 친윤(친윤석열) 비대위 체제에서 ▲12·3 비상계엄 사죄 거부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부정선거 음모론 동조 의혹 ▲경선 룰과 강제 단일화·후보교체 등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반명(반이재명) 빅텐트' 구호가 무성했지만 경선 절차를 건너뛴 한덕수 후보 옹립 시도는 정당민주주의 훼손 논란을 낳았다. 이어 김 후보는 반윤이자 개혁신당 대선후보였던 이준석 의원과의 단일화에 실패했다.
김 이사장은 향후 국민의힘 상황에 대해 "상당히 복잡한 상황이 당분간 지속되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당내 대선 경선 2위를 한 한동훈 전 당대표에 대해선 "한 전 대표만이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는 명분을 뚜렷하게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걸 국민의힘이 받아들이지 않아 오늘날과 같은 현상을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김 이사장은 '보수가 살려면 어떻게 해야하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내가) 새누리당 비대위 시절 '보수' 이념 언급 자제와 경제민주화·복지정책을 설득했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을 완전히 골수 보수정당으로 회귀시켰다"고 했다.
이어 "그걸로 인해 자기들이 자칭하는 보수정당에서 박 전 대통령, 이번에 윤 전 대통령 두번 다 탄핵을 받았기 때문에 보수가 무너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이번에 김 후보가 받은 41%(득표율)를 전부 보수표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 이 대통령에게 반감을 가진 사람들이 그쪽으로 간 거지, 그 사람(김 후보)이 보수여서 그리 갔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미국·유럽권 보수정당 중) 정책 측면에서의 보수는 있지만 '내가 보수다' 내세우는 정당은 없다. 우리는 계속 '보수 결집' 얘기를 하는데, 보수를 아무리 결집해봐야 선거에서 승리를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 체제에서 참패한 21대 총선도 거론하며 "2020년 총선 때도 (자유한국당과 범보수정당 합당) '보수 대통합'을 한 결과 참패했다. 그렇게 보수 결집을 외쳤는데도 총선에서 지고나면 그런 소리 그만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 대통령에 대해선 '투철한 현실감각'을 토대로 한 국민 통합과 민생 정책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 대통령의 '내란 종식, 내란 극복' 구호에 관해선 "내란 극복이란 건 굉장히 축소한 의미에서 행해줘야지, 그걸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해서 하다간 결국 (정치)보복이란 말도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국민과 대화, 자기와 반대 측 사람들과의 대화를 활발히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윤 전 대통령 식으로 자기를 반대하는 사람은 반국가세력이라고 낙인 찍어 국민을 갈라놓는 식으로 하면 내가 보기엔 성공하지 못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