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강남 40대녀 납치 살해사건, 코인 투자 실패 원한에 모의"

"이경우가 납치살인 제안, 재력가 부부는 7천만 건네"
피해자 남편도 타깃…빼앗을 코인 없자 살해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4.09 17:51 | 최종 수정 2023.04.10 00:37 의견 0

지난달 말 발생한 '서울 강남 4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은 가상화폐 투자 이해관계로 얽힌 인물들이 함께 계획적으로 저지른 청부살인으로 결론났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9일 "주범 이경우(36)가 배후로 지목된 유 모(51·구속)·황 모(49) 씨 부부에게 피해자 A 씨(48)와 그의 남편의 납치·살인을 제안했고, 이 부부가 작년 9월 착수금 2천만원 등 총 7천만원을 지급하면서 동의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납치 용의자들이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48분쯤 서울 역삼동의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피해여성을 차량에 태우며 납치하고 있다. 독자 제공

유·황 씨 부부가 투자 실패 책임을 놓고 피해자 A 씨와 민·형사 소송을 하는 등 원한을 품고 주범 이경우를 시켜 A 씨를 살해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전날 남편 유 씨를 강도살인교사 혐의를 적용해 수감하고, 부인 황 씨도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헸다.

이경우와 유씨 부부는 A 씨 부부를 살해한 뒤 가상화폐를 빼앗아 현금으로 세탁하는 과정까지 모의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유씨 부부의 계좌에서 7천만원이 인출됐고 같은 해 9월 이경우의 부인 계좌로 2695만원, 10∼12월에 수백만 원 씩 모두 1565만원이 입금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경우는 유 씨 부부에게서 받은 범행자금 가운데 1320만원을 대학 동창인 황대한(36)에게 주며 A 씨 납치·살인을 제안했다.

황대한은 이 돈으로 대포폰을 사고 연지호(30)와 20대 이 모 씨 등 공범을 모으는 등 범행을 준비했다.

유씨 부부는 A 씨가 납치된 이후에도 범행에 개입했다.

황대한과 연지호는 지난달 29일 오후 11시46분께 서울 역삼동에서 귀가하는 A 씨를 납치해 휴대전화 4대와 현금 50만원이 든 가방을 빼앗았다.

이들은 대전으로 내려가던 중 경기 용인시에서 이경우를 만나 휴대전화 등을 전달했다.

이경우는 곧바로 인근 호텔에서 만난 유 씨에게 A씨 휴대전화와 황대한이 캐낸 비밀번호를 넘겼다.

A 씨가 가상화폐를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자 일당은 애초 계획대로 A 씨를 살해하고 대전 대청댐 인근 야산에 암매장 했다.

유 씨 부부는 2020년 11월 A 씨를 통해 P코인에 약 1억원을 투자했다가 이듬해 초 가격 급락으로 손해를 보자 A 씨에게 원한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이경우와 A 씨 등 다른 투자자들은 유 씨 부부가 시세를 조종한 것으로 의심해 황 씨가 투숙한 호텔에 침입해 4억원 상당의 코인을 빼앗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 사건 이후 이경우는 2021년 9월 유 씨 부부를 찾아가 공갈 사건을 사과하고, A 씨와 소송에 필요한 정보를 캐내 전달하기로 하면서 신뢰를 쌓았다.

이경우는 최근 경찰에 이같은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유 씨 부부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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