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60 중반 첫 시집 '바람이 바람에게'(여명의 시 제1집)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6.15 22:45 의견 0

60대 중반인 이한길 시인이 그의 첫 시집인 '바람이 바람에게'(도서출판 행복에너지)를 냈다. 그는 "대표작도 없이 첫 시집을 출간했다"고 쑥스러운 운을 뗀다. 이처럼 ‘순수함’이 많이 묻어나는 시집이다. 240쪽, 2만 원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껏 1000편이 넘는 시를 습작했다. 하지만 그 스스로를 여명(黎明)이라고 말하며, 주변의 독려와 추천도 아랑곳하지 않고 버텨왔다. 그는 베이비붐 세대의 상징인 58년 개띠다.

이한길의 시는 '사랑'과 '고독'의 시어들을 누에가 실을 뽑아내듯 꾸밈없이 차례 차례 자리에 갖다 놓는다.

저자는 "지난 환갑 기념으로 시집을 출간해 초등학교 동창들에게 선물할까 했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오늘까지 왔다"고 짐짓 변명을 한다. 늦은 건 그의 겸손한 손사래 때문이다.

그는 "일만 하고 살다가 시를 본격적으로 쓰게 된 계기는 지난 2016년 사망한 절친 소설가 이태산의 소개로 모교인 강원 홍천 화계초교 카페에 시를 올리면서부터"라고 했다.

1000여점의 습작을 해서인지 그의 시풍은 깔끔하게 정돈된 느낌이다. 뒷물결이 앞물결에 성가시게 하지 않고, 다툼 없이 흐르는 맛을 준다. '시종여일(始終如一)', '상선약수(上善若水)'를 떠올린다고나 할까. 매끄럽게 다듬은 조탁((彫琢) 시어엔 있는 그대로이지 꾸밈은 없다.

■추가 자료


▶출판사 서평

순수한 마음의 울림이 이끄는 시(詩)로의 여행

시(詩)는 시어(詩語)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세상을 표현하는 장르다. 시인이 어떠한 감성으로 시어를 다듬어 표현하느냐에 따라 시가 반영하는 인간과 세계의 면면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구체화되어 드러나며, 독자들은 이를 통해 시인의 감성과 사상, 세계를 바라보는 방법과 마주하며 자신의 세계관을 통해 새로운 해석을 덧붙이거나, 혹은 시인의 세계관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거나 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스스로를 여명이라고 이야기하는 이한길 시인의 첫 시집, '바람이 바람에게'에서 느껴지는 시인의 정서는 무엇보다도 ‘순수함’이다. 그의 시는 특별한 사상을 기치(旗幟)로 내걸지도 않고, 교조(敎條)적으로 타인을 가르치려고 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다양한 정서를 꾸밈과 지어냄 없이 자연스럽게 풀어내고 있는 것이 이한길 시인의 시 세계가 보여주고 있는 순수함이다.

이한길 시인의 시는 구체적인 기쁨과 슬픔, 행복과 고통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의 시는 때로는 빛나는 기쁨과 행복이 흘러넘치고, 때로는 슬픔과 고통에 깊이 젖어드는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의 시가 보여주는 모든 감정의 근원에는 ‘사랑’과 ‘고독’이 있다.

사랑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웠다.

사랑했던 그 순간만큼은 나도 외롭지 않게

메타세쿼이아의 그 찬란한 낙엽 지는 숲속을

홀로 걸을 수 있다 싶었다.

-‘메타세쿼이아의 숲’ 중에서-

사방 둘러봄 없이

함께 웃고 울어주던

이웃들도 떠나고,

때때로 핏줄보다 더 애절하게

정을 나누던 동무들도

정말 믿기지 않게

세월이 무거운 듯 그렇게 쉽게

잊어버리고

자기들의 미래로 떠났다.

-‘그해의 할미새’ 중에서-

사람은 타인과의 만남과 인연을 통해 사랑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그 어떤 만남도 영원할 수 없으며, 인간은 본질적으로 고독한 존재기에 사랑과 고독은 동전의 양면, 빛과 그림자의 양면처럼 언제나 공존한다.

이한길 시인의 시는 이러한 사랑과 고독이 공존하는 ‘삶’을 솔직하게 응시하며 정교하게 다듬어진 시어로 재구성한다. 옛 추억을 소환해서 재해석하기도 하고, 우리 모두의 삶에 들러붙어 있는 불안감과 공허함을 어루만져 주기도 한다.

▶저자소개/저자 이한길

저자 이한길 씨

1958년 3월 3일 강원도 홍천 출생

여명 : 이한길

현재 (주)신풍자원 근무

▶목차

시평 4

추천사 6

머리말 16

제1장 설국(雪國)에서

서시 24

그해의 할미새 26

인연 29

동심초(童心草) 30

헌시(獻詩) 32

은행나무에게 34

탄금지교(彈琴之交) 36

설국(雪國)에서 39

정(情) 43

바람 없이 45

산(山) 저리 15락(樂) 47

두물머리 송가(頌歌) 50

춤 53

마음이 가슴에게 55

나도 바다가 되리 58

루비콘의 강 60

메타세쿼이아의 숲 62

탑(塔) 64

잡초 65

난리(亂離) 났어요 66

눈물 68

진리(眞理) 70

꿈 71

바람 73

어머니 74

길 77

벽 78

살다 보면 81

옆의 사랑 83

21세기 후(後)에 84

제2장 그런 날이 올까요

내일은 86

아침 창가 88

나팔꽃 89

시(詩) 92

다 거짓말 95

친구야 97

사랑 98

꼭 100

고독(孤獨) 101

그런 날이 올까요 102

동행(同行) 104

추풍낙엽(秋風落葉) 105

해 107

참 봄날에 109

만약에 그리움이 있다면 111

편지 112

창조(創造)의 아침 112

같아요 115

등 117

실어(失語) 118

기적 119

나 121

첫사랑 122

신호등 123

나와 죄(罪) 124

미련 126

소나기 127

오감도(烏鑒圖) 128

함흥차사(咸興差使) 130

낮술 132

제3장 바람이 바람에게

너에게 134

총소리 136

사막 137

몽촌토성(夢村土城) 139

가을 소묘(素描) 140

하여금 142

수수께끼 144

꽃과 사랑 146

솟대 147

그이에게 148

바람이 바람에게 150

누이 152

손님 154

절정(絶頂) 155

시(詩)월은 156

이별 이야기 157

옥상 배추 159

철쭉과 가을 161

11월이 1일에게 162

때 164

낙조(落照) 166

그대라는 사람은 참 168

두 때란 없습니다 170

사랑의 역설 172

임하소서 174

모모에게 176

화두(話頭) 178

공(空) 179

삶 180

진달래꽃 181

제4장 사계(四季)의 장사꾼

섬김에 대하여 184

사랑의 기술 186

나는 천사와 같이 산다 188

하루살이 189

사랑의 빚 191

이문(里門)안의 밤 193

여명(黎明)에게 196

설레게 합니다 198

너의 나에게 200

그리움 202

사랑에게 204

영산(靈山)의 돌탑 206

만춘(晩春) 209

산사(山寺)에서 210

그물 211

사계(四季)의 장사꾼 213

폭포 216

흰 고무신의 전설 218

피아노 나무 220

봄비 221

님과 벗 223

삼박자 225

천군만마(千軍萬馬) 226

그리움의 거리 227

오늘 228

시(詩) 한 편 230

그 여자와 하트 232

5월의 시(詩) 234

길의 도(道) 236

맺음말 237

출간후기 238

▶본문 미리보기

머리말

참 부끄러운 일입니다.

대표작도 없이 첫 시집 출간을 앞두고 설렘과 기쁨보다는 긴장감과 걱정이 앞섭니다.

사실 환갑 기념으로 시집을 출간하여 초등학교 동창들에게 선물할까 했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오늘까지 왔습니다.

일만 하고 살다가 본격적으로 시를 쓰게 된 계기는, 절친 이태산(2016.2.2 작고)의 소개로 모교인 화계초등학교 카페에 시를 올리면서부터입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1,000여 편의 시를 썼습니다.

시가 좋아서 시를 쓰고, 다른 특별한 재주가 없으니 시를 쓰며 살았습니다.

이참에 작정하고 출간하려 마음먹게 된 것은 『은퇴전환기 마음길라잡이』, 『인생 후반전 두려움 없이 서두름 없이』의 저자인 최주섭 친구가 용기를 주고 적극적으로 권유해준 덕분입니다.

늘 옆에서 응원해준 카페지기 이정민 친구와 삶에 기적이 있음을 몸소 보여주고 하늘나라로 간 박경수(2017.5.26 작고) 후배에게 가슴으로 감사드리며, 늘 말없이 응원해주고 시를 정리해준 사랑하는 아내와 하나뿐인 나의 아들, 그리고 지금 너무 아픈 누이동생과 일찍 홀로되신 두 분의 어머님들께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3년 눈부신 5월에

이한길

▶추천사

<시평>

여명의 시(詩)는 예술작품이다!

여명 이한길 시인의 시(詩)는 훌륭한 예술작품이다. 훌륭한 예술작품은 아름답다. 그의 시(詩) 또한 아름답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다양한 정서(情緖)를 꾸밈과 지어냄 없이 있는 그대로 그때그때 적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고 순수한 아름다움이 배어 있다. 산속 옹달샘에서 샘물이 쉼 없이 솟아나듯이 그의 마음속에서는 시어(詩語)들이 마냥 흘러넘친다.

그의 시에 공통으로 깔려 있는 가장 심오하고 중요한 정서는 사랑과 고독이다. 사랑과 고독은 우리가 삶 속에서 체험하고 행하는 모든 것들과 시간적 공간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옛 추억을 소환해서 재해석하기도 하고, 삶에 들러붙어 있는 불안감과 공허함을 어루만져 주기도 한다. 그의 시를 음미하며 이런 정서적 공간에 머무를 수 있음에 감사드린다.

여명 이한길 시인은 고등학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약 45년간에 걸쳐 수천 편이 넘는 엄청난 양의 시를 써왔다. 시에 대한 그의 지침 없는 노력과 열정에 존경과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결코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그야말로 시에 미치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에게 있어서 시는 인생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나는 여명 이한길 시인에게 시집을 출간하도록 희망했지만 그는 늘 귀담아듣지 않았다.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 때문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이번에 명문 출판사인 도서출판 행복에너지에서 시집을 출간한다고 하니 참으로 기쁜 일이다. 부디~ 행복에너지에서 원석을 다듬는 조탁(彫琢) 과정을 거쳐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베스트셀러로 거듭나기를 기원한다.

- 신중년연구소장 최주섭 씀

<추천사>

순수한 문학청년 이한길님! 40년간 몸담았던 공직을 퇴임한 이후 백수(?)를 3년 이상 거쳐서 화백(화려한 백수)이 된 요즘 일상도 뒷산에 오르는 게 일인데 하루가 다르게 길가는 울긋불긋 들꽃 천지로 변하고 손주의 손발처럼 가녀린 새순들이 산과 들을 온통 연둣빛으로 물들이는 따뜻한 봄날, 가끔 곡주 한잔 걸치면 얼큰해진 목소리로 먼저 안부를 묻곤 하던 친구가 오늘은 6월 초에 첫 시집을 출판하게 된다면서 추천 글을 부탁한다는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지하철 경로석을 이용할 수 있는 나이에 첫 시집이라니… 아무튼 늦긴 했지만 내 일처럼 기쁘고 축하를 해주면서도 평생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추천 글까지 부탁하니 얼떨결에 대답은 했지만, 시쳇말로 왕부담이었습니다.

여명 이한길 친구님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순수’입니다. 검은 뿔테안경에 말없이 조용한 미소를 보이며 시를 잘 썼던 시골의 순수한 문학청년. 성품은 순한 양 같고 왠지 슬퍼 보이면서도 선한 커다란 눈망울과 나서지 않고 언제나 말없이 봉사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슴 같은. 그러나 시에 대한 그의 열정만큼은 참으로 대단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강원도 홍천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같이 초중학교와 교회를 다니면서 친하게 지냈는데 지금도 잊히지 않는 것은 고교 졸업을 앞두고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이며 어떻게 살 것인가 등등에 대하여 밤을 새우며 이야기했던 것과 어느 날 친구 집에 놀러 갔더니 방 안이 온통 시와 고사성어를 쓴 종이로 도배가 되어 있었고 친구가 직접 쓴 자작시라면서 노트에 빼곡히 쓴 시들을 보여주었는데, 더욱 놀라웠던 것은 뒷간(화장실)에도 온통 시와 고사성어로 도배되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나는 시를 잘 몰랐지만 좋아는 했었기에 친구가 지은 자작시가 참 잘 쓴 것 같아서 어디에라도 출품해보라고 적극 권유했었는데, 그냥 취미로 쓴 거고 출품할 정도는 아니라며 한사코 거부하여 너무 아쉬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시절, 밤하늘의 별을 보며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 등 유명 시인의 시를 외우고 시인에 대한 동경과 꿈을 꾸었던 순수한 문학청년의 그 꿈이 이제야 한 권의 ‘여명 시집’으로 탄생하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격세지감이자 감개무량입니다.

물론 그 이후에도 동창회 카페 등에 꾸준히 시를 올려서 카페지기가 아예 ‘여명의 시’ 전용 방을 만들어 열심히 시를 써 왔으며 그의 삶 마디마디마다 껌딱지처럼 시가 붙어 있어 친구들은 그를 여명 시인으로 불렀고 또 그렇게 인정하였습니다.

옛말에 “나중에 난 뿔이 더 우뚝하다”라는 말도 있듯이 노년에 탄생한 여명 님의 첫 시집 출간을 격한 우정으로 축하드리며, 더욱 정진하셔서 성필하시길 고향의 화금봉과 석화산의 정기를 담아 힘차게 응원합니다.

- 2023년 봄날, 송산 강무섭

▶출간 후기

이한길 시인을 만날 때면 순자의 “시종여일(始終如一)”이란 고사성어가 떠오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없이 한결같음을 뜻하지요. 사실 사람이 한결같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한길 시인은 한결같이, 고등학생 시절부터 40여 년간 수천 편의 시를 써왔습니다. 혹독한 현실과 지난한 세월 속에서도 늘 시상을 가다듬고 순수한 시어들을 자신 안에서 건져 올렸습니다.

노력을 이기는 재능은 없고 노력을 외면하는 결과도 없다고 했습니다. 그의 아름답고 투명한 시들이 이제 빛을 발해 첫 번째 시집 '바람이 바람에게'를 출간하게 돼 출판사 수장으로서도 무척 보람을 느낍니다. 모쪼록 이 책을 통해 세상이 한 뼘쯤 더 맑아지길 소망하며, 독자 여러분 모두에게 행복과 긍정 에너지가 팡팡팡 샘솟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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