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0일)은 여름 더위가 시작되는 '소만(小滿)'입니다

정기홍 승인 2024.05.20 11:03 | 최종 수정 2024.05.20 12:28 의견 0

오늘은 24절기 중 8번째인 소만(小滿)입니다. 여름 문턱을 넘어서는 절기로 봅니다.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가득 생장한다고 해서 찰 만(滿)자를 썼는데 아직 본격적인 더위가 아니어서 작을 소(小)자를 넣었지요. 소만은 입하(立夏)와 망종(芒種) 사이에 있습니다.

오늘 중부지방은 흐린 가운데 곳에 따라 약간의 비가 내리고, 남부지방에서는 낮 기온이 30도를 기록하는 곳이 있습니다.

서울 강서구의 한 도로변에 장미가 활짝 피었다. 정기홍 기자

이 무렵이면 푸르던 보리 이삭이 누렇게 익어갑니다. 예전엔 모내기를 시작하는 철이었지만, 요즘은 모를 내는 시기가 빨라져 막바지에 이릅니다. 산야의 식물은 꽃을 피우고 작은 열매를 맺는 때이기도 합니다. 장미도 활짝 피어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산에서는 부엉이 울음소리도 자주 들립니다.

조선 헌종 때 정학유(丁學游)가 지은 가사집인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에서는 '4월이라 맹하(孟夏·초여름)되니 입하, 소만 절기로다'라고 적어 여름 기분이 나고 식물이 왕성하게 성장합니다.

하지만 형편이 곤궁하던 예전엔 이 무렵이 '보릿고개'였습니다.

쌀은 떨어져가지만 보리가 익으려면 더 기다려야 해 산과 들에서 나는 잎과 줄기 따고, 뿌리와 껍질을 벗기고 캔 뒤 삶고 무쳐 허기를 채웠다고 합니다. 이른바 초근목피(草根木皮)의 시절입니다.

"배가 고파 물로 배를 채웠다"거나 "소나무 껍질을 벗겨 속살을 씹거나 빨아먹었다"거나 "양식이 없어 쑥을 캐 쑥버무리를 해먹었다"는 듣기가 애잔한 말들이 전해집니다.

중국에서는 소만 입기일(入氣日)에서 망종까지의 시기를 다시 5일씩 삼후(三候)로 나누어 초후(初候)에는 씀바귀가 뻗어오르고, 중후(中候)에는 냉이가 누렇게 죽어가며, 말후(末候)에는 보리가 익는다고 했다네요.

소만 절기 속담으로는 '소만 바람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 '소만 추위에 소 대가리 터진다' 등이 있는데 이 시기에 부는 바람이 쌀쌀하다는 뜻입니다. 기온차도 커 감기에 걸리기 쉬운 때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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