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선생이 이끌던 월간 문예지 '문학사상', 경영난에 이상문학상 매각 이어 신인문학상도 중단

정기홍 승인 2024.07.03 11:24 | 최종 수정 2024.07.03 11:25 의견 0

이상문학상을 주관해 온 월간 문예지 '문학사상'이 올해 50주년을 맞은 신인문학상 선정을 중단했다. 앞서 최고의 월간 문예지 명성의 문학사상은 지난 4월호 발간을 끝으로 무기한 휴간에 들어갔다.

㈜문학사상에 따르면, 문학사상은 지난 1일 공지를 통해 "월간 '문학사상'이 올해 5월호부터 일시 휴간 중인 상황에서 2024년 신인문학상 역시 시행이 어렵게 됐다"며 "지난 1년간 신인문학상 응모를 위해 창작의 불꽃을 지펴오신 여러분께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밝혔다.

신인문학상 선정 중단 공지문. 문학사상

문학사상의 이 같은 결정은 출판 분야의 급격한 변화와 순수 문학 월간지의 수요 감소로 인한 경영난 때문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는 국내 최고 권위의 단편문학상인 이상문학상의 주관사 타이틀도 다산콘텐츠그룹으로 넘겼다.

지난 1972년 창간(10월호)한 월간 문학사상은 한국 최고 권위를 자랑했던 종합문예지다. 1970년대 중반엔 한 달에 7만 부까지 발행할 정도였고 전성기엔 정기구독자가 1만 명이 넘었다.

최근에는 판매 부수가 월 500부 이하에 그치고 적자도 매월 1억 원 이상 난 알려졌다.

첫 호인 10월호를 발행하고 문학평론가 이어령(1934~2022년) 선생이 편집주간을 맡아 큰 주목을 받았으며 올해 4월호까지 통권 618호를 발행하고 무기한 휴간에 들어갔다.

월간 문예지 ‘문학사상’ 첫 호(1972년 10월호) 모습. 문학사상

창간 2년 뒤 문학사상 신인문학상도 만들어 신진 작가들의 등용문 역할을 해왔다.

특히 1977년 요절한 소설가 이상(李箱·1910~1937년)의 문학적 업적을 기려 이상문학상을 제정해 50년 가까이 이으면서 중·단편 소설 분야에서 국내 최고 권위의 문학상으로 자리했었다.

이상문학상 첫 수상작인 김승옥 씨의 '서울의 달빛 0장'을 시작으로 이청준·오정희·최인호·이문열·한강 등 한국의 대표 작가들을 배출했다. 매년 나온 수상 작품집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문학사상 관계자는 "문학과 출판 환경의 급변으로 현재는 월간 문예지의 존재 의미 자체가 없어지고 있는 상황이며 다각도로 정상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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