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 폐지법'(방송미디어통위원회 설치법)이 9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법안 소위에서 통과됐다. 이 법안에 기존 방통위원장 임기 종료를 정한 부칙이 포함됐다.

민주당은 오는 11일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방미통위 설치법을 통과시킨 뒤 25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 추석 전까지 방통위 폐지와 이 위원장의 해임을 처리할 방침이다.

이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방통위는 대통령을 위해 봉사하는 기관이 아니다"며 "나를 찍어내기 위한 법안"이라며 반발했다. 이어 "자진 사퇴는 부정과의 합작이자 부정에 대한 협력"이라며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회의 직전 모습. 국회방송

이 위원장은 이날 오후 3시 정부과천청사 방통위 기자실에서 간담회를 열고 "이번 방통위 조직 개편안은 사실상 이진숙 축출법"이란 입장을 밝혔다.

그는 가장 먼저 지난 7일 발표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사실상 기존 방통위 조직에서 틀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로 방통위 기능을 이관하는 내용이 담겼지만 사실상 유료 방송에 대한 관리 권한이 추가되는 정도이며 방통위 건물, 사무실을 그대로 사용하고 현판만 바꿔 달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방통위 개편안에서 유독 '정무직' 위원만 직을 잃게 만든 점도 자신을 겨냥한 것이라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방미통위법이 통과되면 직원들은 그대로 승계되지만 정무직 위원들만 직을 잃는데 지금 방통위 정무직은 위원장인 이진숙, 저 하나뿐"이라고 했다.

이어 "민주당은 거대 정당이 가진 힘을 유독 방통위에 발휘해 상임위 추천을 하지 않아 이를 2인 체제로 만들었고 그를 불법 상황이라고 하면서도 해결 시도는 하지 않았다"며 "그러고도 방통위 심의·의결을 문제 삼는 건 오른손을 묶어놓고 왜 왼손으로 밥을 먹느냐는 시비와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그간 자신의 사퇴를 압박해 온 최민희 과방위원장의 발언을 직접 겨냥했다.

그는 "국회 과방위원장은 이재명 정부와 의견이 다른데 왜 그 자리에 있느냐고 묻는다"며 "방통위는 대통령을 위해 봉사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기관이다. 특정 진영도, 대통령의 소유물도 아니다"라고 직격했다.

이어 그동안 정부와 민주당의 압박으로 위원장직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저 한 사람을 뽑아내기 위해 민주당의 경찰, 검찰, 공수처 고발, 감사원 감사 요청 등 다수의 저인망식 고소 고발 건이 있었다"며 "(그 탓에) 재난 지역 피해 주민 수신료 면제, 방통법 폐지 후 시행령, 작년 말 끝냈어야 할 방송국 재허가·재승인도 의결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개편 법안의 위헌 소송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통과 되면 법 판단을 받아볼 것"이라고 했다.

또 "자진 사퇴는 부정과의 합작이자 부정에 대한 협력이라 생각한다. 힘들지만 이런 시도들에 맞서는 것이 정의와 법치를 위하는 제 조그마한 기여"라며 내년 8월까지 예정된 임기를 스스로는 그만두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한편 민주당이 주도하는 방미통위 설치법은 이 위원장의 임기 외에도 여러 부칙에서 야당과 논쟁을 빚고 있다.

야당은 특히 기존 방통위 상임위원을 5인에서 7인으로 늘리며 새로 구성하는 점, 민간 독립기구장인 방통심의위원장을 국회 탄핵소추 대상인 '정무직 공무원' 신분으로 바꾼 점 등에 정권 교체 때마다 입맛대로 방통위 재편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개정 법안에 따르면 대통령 추천 1인, 여야 교섭단체 추천 각 1인, 여야 교섭단체 의석수 비율에 따라 추천하는 비상임위원 4인이 7인의 상임위를 구성한다. 이들 상임위원은 앞서 통과된 방송 3법 아래 각 공영방송사들의 이사 추천권을 가진 일부 단체들의 선정 기준, 방송사 편성위원회 구성을 위한 종사자 자격 요건 등을 주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