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한파에 팹리스도 힘들다…반도체 설계 기업 LX세미콘 실적 악화

신사업 추진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장 반도체, 소형?DDI로 수익 안정 추구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4.21 15:14 의견 0

반도체 한파에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의 TSMC에 이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인 LX세미콘도 실적 악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파운드리와 팹리스는 범용으로 쓰이는 메모리와 비교해 고객의 수주를 바탕으로 사업이 진행돼 경기 불황에도 상대적으로 안정적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분야다. 하지만 반도체 업황이 지속 하락 국면을 맞으며 이들 업계의 실적에도 한파가 찾아들었다.

LX세미콘은 21일 연결 재무제표 기준 1분기(1~3월) 잠정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4% 급감한 391억원, 당기순이익도 63.3% 준 357억원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매출액은 5215억원으로 10.9% 감소했다.

LX세미콘은 디스플레이 업계 침체로 지난해 4분기부터 실적이 감소했다. 지난해 매출은 2조 1193억원으로 사상 처음 2조원을 넘어섰으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5.2% 줄어든 127억원을 기록했다.

LX세미콘은 스마트폰, TV 등에 탑재되는 디스플레이 부품인 소형 디스플레이구동칩(DDI)을 제조한다. 소형 DDI는 디스플레이가 정상 작동하기 위한 필수 부품 중 하나다. 따라서 완성 업체인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특히 LX세미콘 전체 매출에서 LG디스플레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56.7%로 절반이 넘는다. LG디스플레이가 지난해 TV 시장 불황 등 여파로 2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면서 LX세미콘의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제품별 매출은 DDI가 50%로 가장 높았다. 소형 DDI는 주로 모바일, 태블릿 등 제품의 디스플레이 패널에 탑재된다. TV, 모니터에 쓰이는 대형 DDI는 43%를 기록했다.

다만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TV 매출 비중이 8%포인트(p) 감소했지만 모바일 등 소형 사업 비중은 21%p 늘어난 것은 고무적이다.

따라서 LX세미콘은 팹리스의 장점을 살려 디스플레이에 의존하는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소형 DDI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수익성 다각화 전략을 세웠다. 또 중장기 신사업으로 전장용 반도체 시장 진출을 모색한다.

특히 올해부터 방열기판 사업에 집중 투자한다. 2021년 LG화학으로부터 일본 방열소재 업체의 지분과 자산을 인수했으며, 지난해 경기 시흥 3000여평 규모 부지에 방열기판 생산을 위한 공장을 건설했다.

방열기판은 제품이 가동 중에 발생되는 열을 외부로 방출시키는 역할을 하는 부품으로, 전기차 시장이 커지며 수요가 높아졌다.

또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과 실리콘카바이드(SiC) 전력반도체 분야 신사업도 추진한다.

LX세미콘의 실적은 올해 2분기에 개선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LG디스플레이와 중국 BOE 등 LX세미콘의 주요 고객사들이 애플 '아이폰'에 공급하는 디스플레이 비중이 높아진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이들 업체에 공급하는 올해 소형 DDI사업부의 실적이 2분기부터 크게 실현될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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