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크론, 2분기 사상 최대 적자…메모리 반도체 실적 쇼크 영향

매출 반토막 나 감원은 당초 10%서 15%로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3.29 23:42 | 최종 수정 2023.04.05 18:35 의견 0

미국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이 재고 평가손실 여파로 회계연도 기준으로 지난 2분기(12~2월)에 3조 원의 적자를 보았다. 매출도 시장 기대치를 밑돌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메모리반도체 업계의 '실적 쇼크'를 대변하는 듯했다.

2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첫 회계연도인 2분기 매출이 36억 9300만 달러(4조 8000억 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77억 8600만 달러에 52.6% 감소한 것으로 시장 전망치(37억 1000만 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다.

마이크론의 실적 쇼크는 이번 분기에 14억 3000만 달러(1조 8000억 원)의 재고자산 평가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메모리반도체 판매가가 추락하고 창고의 재고 가치가 원가 이하로 떨어졌다. 마이크론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낮추지 않았다.

마이크론은 2분기에만 20억 7700만 달러(2조 7000억 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당기 순손실도 역대 최대인 20억 8100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비 적자로 전환했다.

마이크론은 오는 회계기준 3분기(3~5월) 가이던스(기업 자체 전망치)로 37억 달러(35~39억 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전년 동기에 비해 60% 줄어든 것이다.

마이크론은 올해 감원 규모를 전체 직원의 10%에서 15%로 확대하기로 했다.

한편 마이크론의 실적 쇼크는 같은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에도 부정적인 전망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회계기준이 다르지만 삼성전자 반도체사업 부문도 올해 1분기에 지난 4분기 이상의 적자를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증권가 일각에선 삼성전자 전체 이익도 적자로 전환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3조~4조원의 손실을 기록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메모리반도체 업계의 적자 행진이 추가 감산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마이크론은 "올해 D램의 비트 공급 증가율은 유의미 하게 '소극적(네거티브)'일 것"이라고 밝혔다. 또 낸드는 올해 비트 생산량을 전년보다 더 적을 것이라고 했다. 투자 규모는 70억 달러로 유지한다고 했지만 기존 투자액 범위의 하단에 해당한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이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즈기적으로 차세대 공정으로 전환을 하고 있어 이 같은 전환을 통해 자연적·기술적 감산을 하겠다는 뜻이다.

SK하이닉스 박정호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추가 감산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최근 메모리 반도체시장 상황을 '죄수의 딜레마'에 비유하며 "1년에 20조원 넘는 투자를 하고, 6개월 동안 600개가 넘는 공정이 투입돼 나온 제품이 고작 센트(cent)에 팔리고 있다"며 "D램 3사가 엄청난 공급을 하는 상황에서 계속 (치킨) 게임을 하면 고객 입장에서는 가격의 속도가 빨리 내려가는 과정을 겪을 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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