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양 산업부 장관 "미국 반도체법 보조금 지급 기준 우려로 미국 투자 매력 낮아져"
"기업 경영침해, 부담 낮추기 위해 협상"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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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6 22:57 | 최종 수정 2023.03.08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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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6일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의 보조금 지급 기준과 관련해 "반도체 산업계와 정부는 우려스러운 생각을 갖고 있다"며 "조건들의 불확실성이 높고 우리 기업의 경영 본질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내용이 다수"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미국의 반도체법 보조금 지급 기준이 나왔고 크게 3가지 측면에서 우려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가 말한 3가지는 ▲기업의 경영 불확실성 ▲경영 핵심 내용 침해 ▲미국 투자비용 증가 등이다.
앞서 지난해 8월 발효된 미국 반도체지원법은 반도체 시설 투자 인센티브를 포함한 527억 달러(약 69조원)의 재정 지원과 투자세액공제 25%를 담은 법안이다.
하지만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반도체지원법의 보조금 지급 심사 조건을 공개했는데 우리 기업에 독소 조항이 많다.
이에 따르면 미국에서 반도체 시설을 짓고 보조금을 받으면 미국 정부에 기업 재정 여력과 현금 흐름, 고용계획 등 내부 정보를 공개해야 하고, 예상했던 사업 이익을 초과할 경우 미국 정부와 초과분 일부를 공유해야 한다.
또 미국이 추후에 발표할 가드레일 조항 세부사항에 대해서도 걱정했다. 가드레일 조항은 중국 등 우려 국가에 10년간 투자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그는 "(보조금 지급 기준에) 미국에 대한 투자 비용이 상당히 커졌다"며 "금리와 인플레이션에 더해 (보조금 기준에) 여러 다른 부담 요인이 들어 있어 미국 투자 비용을 높이는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 장관은 "기업들과 긴밀히 협의해 기업이 가장 부담을 크게 느끼는 것부터 시작해서 우선순위를 두고 미국과 협의할 생각"이라며 "기업에는 영업비밀이나 기술 정보 노출 등 경영 본질에 관한 문제 아마 가장 클 것이고 초과 이익 환수도 부담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과 미국 정부가 협약하는 과정에서도 미국에 강력히 얘기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또 "반도체 보조금은 미국과의 문제다. 중국과는 문제 없지만 중국과의 교류 규모가 상당히 크고 앞으로도 교역해야 하기 때문에 지방관이나 중앙 정부와 계속 소통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국회에서 계류 중인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통과도 언급했다. 개정안은 반도체를 비롯한 국가첨단전략산업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을 높이자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 장관은 "반도체는 투자가 생명"이라며 "국회에서 때를 놓치지 않도록 정부가 여야에 강력하게 합의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이번 조치를 국내에서 반도체 생산 기지를 늘리고 소재·부품·장비 생태계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겠다"며 "우리한테는 앞뒤만 있는 게 아니라 옆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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