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 최대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저격…중국의 반격, 삼성·SK도 영향 받나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4.03 13:51 | 최종 수정 2023.04.05 17:55 의견 0

중국이 자국에 대한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압박에 미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규제에 나섰다. 수세에 몰린 중국의 반격이 본격화 됐다는 ‘신호’로 읽히면서 미중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특히 한국은 미국 주도의 ‘칩4 동맹’에 참여하고 있고,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두고 있어 중국의 후속 제재 영향권에 들어설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3일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산하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은 지난달 31일 마이크론의 중국 내 판매 제품을 대상으로 인터넷 안보 심사를 시작했다.

마이크론은 세계 D램 시장에서 점유율 25% 안팎으로 3위, 낸드플래시 부문에선 10% 내외로 5위를 달리는 기업이다. 지난해 중국에서는 전년 대비 34% 늘어난 33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마이크론의 전체 매출 308억 달러의 10%를 넘는다.

당국은 “핵심적인 정보 인프라의 공급망 안전을 보장하고, 인터넷 안보 위험을 일으키는 것을 예방해 국가 안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마이크론 제품의 심사 대상이 어떤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마이크론 측은 "이번 조사와 관련해 당국과 소통하고 있으며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미국이 핵심 첨단 반도체와 관련한 대중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나와 주목된다.

중국 반도체 전문 매체인 신즈쉰은 2일 “당국이 마이크론을 첫 규제 대상으로 삼은 것은 이들이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 강화를 부추긴 배후 세력으로 보기 때문”이라며 “실제로 미국이 최근 내놓은 규제들의 최대 수혜자가 마이크론”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중국 1위 낸드 기업인 양쯔메모리(YMTC)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는 거래할 수 없도록 했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칩 위탁생산)인 SMIC도 같은 제재를 받고 있다.

또 지난해 10월 미국의 기술이 들어간 첨단 반도체와 고성능 반도체를 제조하는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려면 상무부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이어 일본과 네덜란드에도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에 동참하라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지난달 확정된 미국 반도체 보조금법의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은 중국 생산 라인에서 첨단 메모리 반도체의 상당 부분을 생산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중국 추가 투자를 제한하기로 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중국이 반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중국이 장기적으로 기술 자립을 추진하고 있어 한국 기업들이 언제 어떤 제재를 당할지 모른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국, 일본, 대만이 참여하는 미국 주도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칩4)가 지난달 본격 활동에 들어가 협의체 참여국도 잠재적인 중국 규제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즉 4개국 연합의 압박이 거세질수록 중국의 반발과 제재가 더욱 노골화 될 수 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중국이 자국 반도체 기술 수준을 발전시키려면 여전히 미국의 반도체 기술 장비가 필요해 당장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미국의 중국 압박이 커지면 미국 기업들의 피해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일종의 엄포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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