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9명의 사망자를 낸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의 원인을 운전 조작 미숙으로 최종 판단해 운전자 차 모(68) 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법원은 지난달 30일 차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가속 및 제동 장치에서 기계적 결함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차량 감정 결과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류재혁 서울 남대문경찰서장은 1일 브리핑에서 "국과수 감정 결과, 주변 CCTV 12대 및 블랙박스 4개의 영상 자료, 참고인 진술 등을 종합 검토한 바 (사고의 원인은) 피의자의 주장과 달리 운전 조작 미숙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지난달 1일 밤 9시 26분쯤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운전자 차 씨가 도로를 역주행하다가 인도와 횡단보도로 돌진하는 사고를 낸 지 한 달 만의 최종 수사 결과 발표다.

서울 시청역 근처에서 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 직후의 현장 CCTV 영상. 사고 차량이 받은 가드레일과 부서진 파편들이 늘려 있다. 종편 MBN

경찰에 따르면 국과수 분석에서 사고 당시 제동장치 등에서 기계적 결함은 파악되지 않았다. 사고기록장치(EDR) 분석에서도 제동페달이 사고 발생 5초 전부터 사고 발생 시까지 작동되지 않았다. 주행 중 제동등도 켜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차 씨가 신었던 신발 밑창에서는 가속기 페달 흔적이 발견됐다.

류 서장은 "사고 당시 피의자가 신었던 오른쪽 신발 바닥에서 확인된 정형 문양이 가속페달과 일치한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며 "가속페달의 변위량은 최대 99%에서 0%까지로 피의자가 (가속페달을) '밟았다 뗐다'를 반복한 것으로 기록됐다"고 했다.

차 씨가 가속페달을 최대 99%까지 강하게 밟았다가 순간적으로 발을 떼는 행동을 반복했다는 말이다.

액셀을 세게 밟은 상태에서 사고 등 강한 충격이 순간 가해졌을 때 마찰이 생겨 신발 밑창에 페달 흔적이 남을 수 있다는 예시. 채널A

경찰 관계자는 "변위량 99%이라고 하면 악셀을 끝까지 밟고 있었다는 것"이라며 "마지막에 BMW 차량 충격 이후에야 브레이크를 밟은 기록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전반적으로 가속페달을 쭉 밟고 있었다. 운전자가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착각하지 않았나 판단한다”고 했다.

차량의 최고 속력은 시속 107km로 파악됐다.

차 씨는 차량의 속도를 줄이기 위해 가드레일(방호 울타리) 쪽으로 주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울타리를 충격하면 속도가 줄지 않겠느냐는 생각으로 보행자용 울타리를 충격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 상황에서 사람을 못 봤다고 했다.

하지만 차 씨는 "주차장 출구 약 7~8m 앞에서 '우두두' 하는 소리와 함께 브레이크가 딱딱해져 밟히지 않았다"며 "차량 결함으로 인한 사고"라는 주장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차 씨는 구속되기 전 "돌아가신 분들과 유족들께 대단히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사이렌스 정기홍 jkhong4@naver.com 정기홍의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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