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 업인 ‘딥시크’가 저비용 AI 모델을 개발했다는 소식에 뉴욕 증시가 폭락했다. 특히 ‘AI 대장주’인 엔비디아는 하루 만에 17% 가까이 폭락해 시가총액 약 6000억 달러(약 863조 원)를 날려보냈다.
27일(미국 동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12.47포인트(-3.07%) 급락한 1만 9341.83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88.96포인트(-1.46%) 내린 6012.28에 마감했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장도 하락했다.
다만 기술주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89.33(0.65%) 오른 4만4713.58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에서 빠져나온 투자금이 경기순환주로 이동한 데다 채권 금리가 크게 떨어지면서 호재로 작용했다.
AI 칩 선도 공급 업체이자 주도주인 엔비디아는 전 거래일보다 16.97% 폭락했다. 시총 5890억 달러(846조 6875억 원)나 증발하며 3위로 주저앉았다.
이는 시총 기준으로 미국 증시 역사상 단일 주식이 하루에 가장 많이 잃은 사례다. 3년 전 메타의 2400억 달러 두 배가 넘는다.
엔비디아의 시총 순위는 1위에서 3위로 주저앉았다.
슈퍼마이크로컴퓨터(-12.5%), 마블테크놀로지 19.1%, 브로드컴 17.4%, 오라클 13.8%, 마이크론테크놀로지 11.71% 등 또 다른 AI 산업 수혜주들도 두 자리 수로 급락했다. 반도체 제조사 TSMC(13.33%)와 ASML(5.75%)도 큰 영향을 받았다.
반면 그동안 AI 투자에 소극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아온 애플은 AI 이날 3.2% 상승했다.
‘딥시크’의 발표는 비기술 산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AI 데이터센터 구조상 구동에 엄청난 전력이 들어가 그동안 에너지 기업들의 주식이 강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날 콘스텔레이션 에너지, GE버노바 등은 21% 급락했다.
발전기에 사용되는 천연가스 선물 가격도 5.9% 하락했다.
딥시크의 AI 모델인 'R1'은 고성능 칩을 사용하지 않고 저비용으로 만들었지만 챗GPT에 필적하는 생성형 AI 모델이란 평을 듣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딥시크 R1가 인상적인 혁신 중 하나라며 'AI 분야의 스푸트니크 모멘트'라는 반응이다.
스푸트니크 모멘트는 기술 우위를 자신하던 국가가 후발 주자의 앞선 기술에 충격을 받는 순간을 가리키는 용어다. 1957년 옛 소련이 최초의 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미국보다 먼저 발사한 것에서 유래됐다.
AI 전문가들은 딥시크의 성능도 인상적이지만 저가 개발비에 더 놀라워 하고 있다.
딥시크는 ‘V3′ 모델에 투입된 개발비는 557만 6000달러(약 79억 원)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메타가 최신 AI 모델 ‘라마3′ 모델에 쓴 비용의 10분의 1 수준이다.
특히 딥시크 AI 모델 훈련에는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성능을 낮춰 출시한 H800칩이 쓰여 미국을 속 쓰리게 했다.
미국은 중국 견제로 고성능 AI칩만 수출 제한을 하고 있다.
딥시크의 AI 모델 개발은 미국의 고성능 AI 칩 수출 제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뤄낸 성과여서 실리콘밸리는 물론 미 정부에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뉴욕 증권가에서는 딥시크가 개발한 저비용 AI 모델이 미국 빅테크(거대 기술기업)의 AI 관련 과잉투자 우려를 키웠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