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지령을 받고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민노총 간부가 대법원에서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25일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석 모 전 민노총 조직쟁의국장에게 징역 9년 6개월과 자격정지 9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국가보안법 위반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석 씨는 지난 2018년 10월~2022년 12월 총 102회를 북한 지령을 받거나 보고문을 작성해 보낸 혐의 등을 받는다.

석 씨는 민노총 내부 공작 상황을 수시로 북한에 보고하고, 김정은 일가에 대한 충성 맹세문과 사상 학습 결과도 보냈다.

북한은 석 씨가 만든 지하조직 '지사'에 구체적인 민노총 장악 방법을 하달하고, 나경원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공격을 지시하기도 했다.

석 씨는 또 2018~2022년 민노총 총파업, 2022년 대선, 미국 바이든 대통령 방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 등을 전후해 북한으로부터 '정치투쟁으로 승화', '반미·반일 투쟁 분위기 고조', '반 보수 감정 확산', '윤석열 퇴진' 등 활동 방향을 담은 지령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1심은 이들 대부분의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지령문과 보고문의 내용들은 모두 단 하나의 목표인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으로 귀결됐다"며 "방치할 경우 민노총 내부의 혼란뿐 아니라 국가안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2심은 석 씨가 민노총 안에 만든 비밀 조직의 실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감형했다.

2심 재판부는 "석씨가 민노총에서의 직위를 이용해 북한의 지시를 이행했다고 볼 여지가 있으나, 조직적 차원에서 민노총 장악 등을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감행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과 석 씨가 모두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결이 맞는다고 봤다.

이날 석 씨와 함께 기소된 민노총 전직 간부 중 김 모 전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은 징역 3년 및 자격정지 3년이, 양 모 전 금속노조 부위원장 등은 무죄가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