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꿇고 빌어라"···또 대전 교사 4년간 악성민원에 극단 선택

학부모, '아이 망신 줬다' 사과 요구, 아동학대 신고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9.08 22:53 | 최종 수정 2023.09.10 11:47 의견 0

대전에서 또다시 40대 교사가 4년여간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지난 5일 극단 선택을 해 생을 마감했다.

8일 대전교사노조 등에 따르면 유성구의 한 초등학교 담임 교사 A 씨는 지난 2019년 수업 태도가 불량하고 다른 학생들을 괴롭히는 학생 4명에게 훈계를 줬다.

이들 학생은 수업 중 소리를 지르거나 급식실에서 드러눕고 학우를 괴롭혔다.

이어 같은 해 11월 26일에는 친구 얼굴을 가격한 학생을 교장실로 보냈다.

이를 안 해당 학생 학부모가 학교에 찾아와 "우리 아이에게 망신을 줬다"며 A 씨에게 여러 차례 사과를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부모는 같은 해 12월에는 A 씨의 행동을 문제 삼아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까지 했다.

A 씨는 스트레스로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학교 측에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 씨의 아동학대 혐의는 2020년 무혐의 처분으로 결론 났지만 해당 학부모는 4년여간 민원을 지속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와 함께 일했던 한 교사는 "최근 A 씨가 서울 서이초 사건 발생 이후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그는 서이초 교사 죽음의 진상 규명과 교권 회복을 주장하며 매주 토요일 서울에서 열린 주말 추모 집회에 참석 했다.

초등교사노조가 실시한 '아동학대 무혐의 처분사례'에 자기 경험을 전달하기도 했다.

A 씨는 다른 교원 2∼3명과 정기 모임을 가졌고 평소 모임에서 민원으로 인한 고통을 말기도 했다.

동료 교사 B 씨는 "학교를 찾아온 학부모들이 '무릎 꿇고 빌어라'고 요구하거나 A 씨에게 '가만두지 않겠다'는 등 갖은 협박을 일삼았다"며 "오랜 기간, 이 상처에서 회복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안타까워 했다.

대전교사노조는 "시교육청에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한다"며 "A 씨가 공무상 재해를 인정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A 씨를 상대로 악성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들의 사과를 받을 수 있도록 시교육청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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