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성능 2년에 두배 성장 '무어 법칙' 창시자 고든 무어 94세 별세

1968년 글로벌 IT업체 인텔 공동 창업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3.25 17:18 | 최종 수정 2023.03.26 01:01 의견 0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공동 창립자이자 반도체 성능이 2년마다 두 배로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을 제시한 고든 무어가 24일(현지 시각) 94세로 세상을 떠났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인텔은 무어가 이날 미국 하와이 자택에서 가족들이 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고 발표했다. 무어는 나고 자란 곳은 실리콘밸리에 포함되는 샌프란시스코다.

인텔 창립자 고든 무어. 인텔 제공

1929년 태어난 무어는 캘리포니아공대(칼텍)에서 화학과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첫 직장인 쇼클리 반도체 연구소에서 인텔 공동창업자이자 평생의 친구인 로버트 노이스를 만났다. 1968년 노이스와 함께 실리콘밸리 산타클라라에서 인텔을 창립하고 세계 반도체 시장을 이끌었다.

유명한 무어의 법칙은 지난 1965년 잡지 '일레트로닉스'의 창간 35주년 특집호 기고에서 ‘반도체 집적회로 성능이 약 2년마다 두 배씩 늘어난다’고 예측해 탄생됐다.

그는 기고글에서 트랜지스터 집적도 증가율을 분석한 결과, 마이크로칩의 집적도가 매년 배로 증가해온 것을 발견하고 향후 트랜지스터 크기가 점점 작아지면서 집적도 증가율이 10년 정도 더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예견 대로 반도체 집적회로는 컴퓨터 말고도 자동차, 휴대전화, 가전제품에도 적용되면서 일상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무어의 인텔은 1971년 세계 최초로 상업용 마이크로프로세서인 ‘인텔 4004’를 출시해 개인용컴퓨터(PC)의 소형화와 대중화의 길을 열었다. 이는 이후 ‘인텔 8088’ IBM PC에 장착돼 인텔을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석권하게 만들었다.

무어는 기부도 많이 했다.

그는 2000년에 아내와 함께 ‘고든 앤 베티 무어 재단’을 설립해 과학의 발전과 환경보호 운동을 지원했다. 2005년에는 MS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멜린다 부부를 꺾고 미국의 최대 기부자로 이름을 올렸다.

무어는 생전에 순자산이 75억 달러(9조 75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천문학적 자산가였지만 ‘무어의 법칙’ 말이 나오면 쑥스러워하고 소탈한 사람으로 기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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