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삼성 반도체 설계 내용 빼돌려 복제공장 시도한 삼성전자 전 임원 등 7명 기소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6.12 20:19 | 최종 수정 2023.06.14 15:48
의견
0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설계자료를 빼돌려 중국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바로 옆에 비슷한 짝퉁공장을 지으려던 삼성전자 전 임원이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부장검사 박진성)는 12일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이자 국가핵심기술인 반도체 공장 설계자료를 중국으로 불법 유출해 사용한 전 임원 A 씨(65)를 산업기술보호법 위반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 국외누설 등) 혐의로 구속기소 하는 등 7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A 씨는 삼성전자에서 18년간 반도체 분야 상무로 근무하는 등 자타공인 국내 반도체 제조 분야의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A 씨는 지난 2018년 8월부터 2019년까지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인 반도체 BED(Basic Engineering Data)와 공정 배치도, 설계도면 등을 부정 취득하고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반도체 공장 설계 과정에서 설계업체인 A사의 자료를 사용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BED는 반도체를 만드는 공간에 먼지 등 불순물이 없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기 위한 기술이다. 공정 배치도는 반도체 생산을 위한 핵심 8대 공정의 배치, 면적 등의 정보가 기재된 도면이다.
이 기술들은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에 사용되는 30나노 이하급 D램 및 낸드 플래시 반도체 공정기술로 국가 핵심기술에 해당한다.
BED는 A 씨의 업체 직원(불구속기소)이 삼성전자에 근무하면서 2012년 빼돌린 자료로 알려졌다. 검찰은 A 씨 등이 공정 배치도를 빼낸 경위에 대해선 아직 파악 중이다.
A 씨는 중국과 타이완에서 약 8조 4600억원의 자본을 끌어와 중국과 싱가포르에 회사를 설립한 뒤 삼성전자 출신 등 반도체 핵심 인력 200여명을 고액 연봉을 주면서 영입했다.
이들은 중국 시안(西安)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불과 1.5㎞ 떨어진 곳에 삼성전자를 그대로 본뜬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려고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번 기술 유출로 삼성전자가 최소 3천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 2019년 8월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이 첩보를 입수했지만 A 씨가 중국에 체류하는 등으로 수사를 중단했다. 이후 A 씨가 병 치료를 받기 위해 올해 2월 입국했고 형사 입건됐다.
A 씨는 현재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함께 기소된 일부 직원은 범행을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 씨 등의 기술 유출 경위와 추가 범행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검찰은 “국가의 안보자산이자 나라 경제를 지탱하는 반도체 산업이 해외로 유출되면 국내 산업은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된다”며 “앞으로도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고 국가경제에 치명적인 손해를 야기하는 반도체 기술 등 영업비밀 및 국가핵심기술 침해 행위에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사이렌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