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가 스폰서나 계약 부분을 막지 말고 많이 풀어줬으면 좋겠다"
2024 프랑스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딴 안세영 선수가 11일 한 언론 매체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내놓았다. 대한배드민턴협회가 자신의 부상 등을 제대로 돌보지 않아 앞으로 같이 갈 수 없을 것 같다고 발언을 한 지 6일 만이다.
그는 지난 5일 파리올림픽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딴 뒤 "부상이 심각했는데 대표팀에서 너무 안일하게 생각해 실망했다. 더 이상 대표팀과 함께 가기는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폭탄 발언을 했다.
다만 안세영은 이날(11일) 자신이 비판해 평지풍파를 일으켰던 협회의 부상 관리 부실과 선수단 운영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경제적인 보상'을 언급했다.
그는 이어 "개인 스폰서나 계약은 선수들에게 차별이 아니라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며 "모든 선수를 똑같이 대한다면 오히려 역차별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안세영의 주장은 국가대표 선수의 개인 후원과 실업 선수의 연봉·계약금 관련 현 규정을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비인기 종목인 배드민턴은 다른 인기 스포츠 종목에 비하면 선수 연봉이 적은 편이다.
한국실업배드민턴연맹의 '선수계약 관리 규정'은 신인선수의 계약 기간과 계약금, 연봉을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고졸 신인선수가 연맹과 의무 계약을 해야 하는 기간은 7년이다. 이 기간 동안 계약금은 1억 원을 초과할 수 없다. 또 첫해 계약금은 5000만 원을 넘을 수 없다고 정해 놓았다. 안세영은 광주체고를 나와 곧바로 삼성생명에 입단했다.
또 이 기간에 연봉도 연간 7% 이상을 인상할 수 없으며 입단 3년이 지나야 구단과 협상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회 입상 포상금 등 각종 수당은 연봉과 관계 없이 수령할 수 있지만 선수가 광고로 받은 수익은 계약금이나 연봉에 포함시켰다.
다만 이는 삼성생명 등 선수가 소속된 기업광고 활동에서 받은 수익만 해당되고 다른 기업에서 받은 광고 수익을 계약금·연봉에 산정하는 문제는 각 팀의 내규에 따른다.
이 조항은 세계 최고급 선수인 안세영으로선 성에 안 차는 부분이다. 안세영은 실업 4년 차다.
이는 선수가 태극마크를 다는 최고의 선수가 돼도 협회가 정한 기준 이상의 개인 후원을 받을 수 없고, 협회나 대한체육회 차원의 후원사에 종속되는 구조다. 반면 협회와 체육회는 최고의 선수 효과로 최대의 후원과 광고를 받을 수 있다.
또 대표팀 운영 규정에 따르면 협회 메인 스폰서사의 라켓과 신발, 의류를 사용해야 한다.
협회는 현재 일본 배드민턴 용품 기업인 요넥스와 연 40억 원이 넘는 후원 계약을 하고 있다.
이 돈으로 주니어부터 성인 대표팀까지 관리비를 충당한다.
협회 등에 따르면, 한 명의 배드민턴 선수를 유년 때부터 성장시키는데 30억 원 가까이 든다고 한다. 안세영도 이 시스템을 통해 수년간 금전적 부담 없이 국제 무대에서 실력을 쌓았다.
다만 현재의 대표팀 시스템에선 안세영 등 배드민턴 국가대표들은 많은 규정에 묶여 있다.
협회는 안세영의 이 주장에 전체 대표팀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정 선수를 위해 모든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 등 지금의 배드민턴 육성 시스템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배드민턴계 관계자는 "입단 첫 3년 연봉의 한도를 정해주지 않으면 '연봉 거품'이 너무 많이 끼어 실업팀들은 재정 문제로 선수단 유지를 못 할 수 있다”며 “시장 자체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다 보니 안세영 선수처럼 수십 년에 한 번씩 나오는 특별한 선수에게는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실에 맞지 않은 경직된 규정이 있으면 바꿔야 하지만, 안세영이 금메달 획득 직후 부상 관리 부실 등을 제기해 협회를 나쁜 조직으로 몬 것은 큰 잘못이란 지적이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안세영의 이런 주장에 장문의 해명서를 통해 "부상 치료에 특별히 신경 썼고 대회 출전도 안세영에게 물어보는 등 비판 받을 일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 애틀랜타올림픽에서 한국 첫 여자 단식에서 우승한 방수현 MBC 해설위원은 "안세영에게 협회가 얼마나 많은 특별관리를 했는지 알게 될 것"이라며 안세영의 주장이 설득력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여론은 안세영이 금메달을 딴 직후 뱉었던 '7년간 분노' 주장에 어떤 속내가 담겼는지 말의 맥락이 헷갈렸는데 돈 문제를 꺼내면서 명확히 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 반응들이다.
더불어 현실에 맞지 않는 협회의 규정은 이번 기회에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작권자 ⓒ 사이렌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