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협력하자"…미국 마이크론 퇴짜 놓고 한국에 손 내민 중국 속내는?

양국 통상 장관 회담 후 '반도체 협력 강화' 일방 발표
마이크론 제재 후 한국의 협력 필요성 커져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5.27 22:15 의견 0

미국의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 제재를 결정했던 중국이 한국과의 반도체 협력 강화 의사를 강력하게 피력했다.

중국 상무부는 27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이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APEC 무역장관 회의에서 만나 회담한 뒤 양국이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는 보도문을 발표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6일 오후(현지 시각) 미국 디트로이트 WBC호텔에서 왕 원타오 중국 상무부 부장과 면담을 갖고 있다. 산자부 제공

상무부는 "양국이 산업망과 공급망 안정 수호 등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반도체 분야를 특정해 "양측은 반도체 산업망과 공급망 영역에서의 대화와 협력을 강화하는 데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같은 회담 뒤 보도자료를 통해 "안 본부장은 중국 측에 교역 원활화와 핵심 원자재·부품 수급 안정화를 위한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고 했다.

한국은 이차전지 소재인 리튬처럼 대중 의존도가 특히 높은 핵심 광물과 원자재, 부품 등의 원활한 수입을 포함한 광범위한 공급망 협력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중국은 민감한 반도체 영역을 콕 집어 '한중 양국이 동의했다'는 식으로 일방 보도문을 냈다. 각국은 통상 중요 외교 행사 후 보도자료를 내기 전에 '합의', '의견 일치' 부분은 양국 간 긴밀히 조율해 정한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 산업 공급망에서 중국을 떼어놓는 탈동조화(디커플링) 차원에서 수출 규제 등 거센 대중 압박을 가하고 있다. 여기에 반도체 장비·소재 공급망에 중요한 일본과 네덜란드 등을 동참시키려고 한다.

이에 중국은 최근 보안 문제를 빌미로 '중요 인프라 사업자'들이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사의 제품 구매를 못하도록 결정했다.

때문에 중국은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한국 메모리 업체에 운명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왕 부장은 "중국은 한국과 함께 양자 무역 및 투자 협력을 심화하는 것을 비롯해 산업망과 공급망 안정을 수호하고, 양자 및 지역에서의 협력과 다자 차원의 경제·무역 협력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 메모리 업체들이 마이크론의 공백을 메워 '추가 이익'을 취하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고 강력한 경고를 한 상태다.

미 하원의 마이크 갤러거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은 23일(현지 시각) "최근 몇 년간 중국의 경제적 강압을 직접 경험한 동맹국인 한국도 빈자리 채우는 것(backfilling)을 차단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상무부는 수출 통제 조치를 통해 중국 내의 삼성전자 시안(西安) 낸드 공장과 SK하이닉스 우시(無錫) D램 공장의 생산량과 장비 반입을 통제할 수 있어 우리 업계는 '미국발 경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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